

지난 28일 오후 대구 북구 함지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급속히 확산하면서 대구 전역이 짙은 연기로 뒤덮였다. 주민 5000명 이상이 긴급 대피했고, 주요 도로와 고속도로 진출입로가 차단되는 등 도시 기능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대구시와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1분께 북구 노곡동 산 12번지 인근에서 산불이 시작됐다. 순간최대풍속 초속 11m를 넘는 강풍을 타고 서변동, 조야동, 동변동 등 민가 밀집 지역으로 번졌고, 오후 6시 무렵에는 동구와 수성구는 물론, 19㎞ 이상 떨어진 경북 경산시 압량읍까지 연기와 탄내가 확산됐다.
해가 진 뒤 풍향이 수시로 바뀌면서 연기는 대구시내 전역으로 빠르게 퍼졌다. 도심 곳곳은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찼으며, 시민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손수건으로 호흡기를 가리는 등 불편을 겪었다. 주요 도로에서는 차량들이 창문을 닫고 서둘러 귀가하는 모습이 관찰됐으며, 신천대로를 비롯한 주요 출퇴근 도로는 평소보다 교통량이 줄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연기로 인한 불편은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이후 처음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당시에는 수성구 지산동과 범물동 일대까지 검은 연기가 퍼져 지역 전체가 잿빛으로 변하기도 했다.
산불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산림청은 이날 오후 6시 산불 대응 단계를 3단계로 격상했다. 진화 헬기 29대, 진화 차량 73대, 인력 766명이 투입돼 진화 작업을 벌였으며, 28일 오후 10시 30분 기준 산불 영향 구역은 약 181헥타르(ha), 잔여 화선은 5.6㎞로 집계됐다. 같은 시각 기준 진화율은 47%였다.
밤새 진화 작업이 이어진 결과, 산림청은 29일 0시 기준 함지산 산불 진화율이 54%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잔불 정리와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산불로 인해 북구 조야동과 노곡동 주민 900세대(2216명), 서변동 주민 3414명이 대피했으며, 동변중학교와 팔달초등학교 등으로 분산 대피가 이뤄졌다. 인근 요양시설 5곳의 입소자 96명도 안전 지역으로 이송됐다.
교통 통제도 병행됐다. 북대구나들목(IC) 진출입이 오후 4시부터 전면 차단됐고, 대구경찰청은 노곡교, 조야교, 무태교 등 주요 교량과 도로에서 차량 이동을 제한했다.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야간에도 민가 방어를 최우선으로 삼아 인력과 장비를 집중 배치했으며, 가용 가능한 모든 진화 자원을 총동원해 피해 확산을 막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은 추가 확산 차단과 완전 진화를 목표로 긴급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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